본문 바로가기

생활의 지혜

《바보 이반》

이 멍청아, 그것도 몰라. 이그...”

어른들이 어린 애를 나무랄 때 많이 하던 말이 ‘바보 멍청이’다. 우리의 옛 문헌에서 '바보'라는 단어는 발견되지 않는다. 19세기 말의 <한영자전>(1897)에 '바보'로 처음 보인다. 바보는 어원(語源)적으로 '밥+보'라는  ‘ㅂ’탈락현상 이라는 설(說) 등 많이 있는데 설득력이 약하다. ‘사기(史記)’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 나오는 指鹿爲馬(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에서 유래하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가 일본에 전해져 馬鹿(말과 사슴)을 일본말로 “바가(ばか)”라고 발음하며 ‘사슴을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바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제강점기에 ‘바가 야로(ばかやろう)’ ‘바보 같은 놈’ 이라는 욕 말을 쓰며 우리민족을 36년 동안 탄압을 했던 슬픈 역사가 있다.
그리고 심하면  '바보 멍청이, 백치, 천치 바보, 멍청이, 반푼이, 병신, 등신, 쪼다, 얼간이, 머저리....'

그런데 왜 이리도 욕이 많았을까?

모두가 언어 때문이다. 사실 언어를 모르면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한다. 알아 들어도 문해력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일제가 한글 말살정책으로 글과 말을 빼앗겼다. 일제는 일본어를 쓰게 만들면서 못알아들으면 때리고 패는게 일쑤였다. 일제가 했던 욕들은 '이누칙쇼(개짐승)' '코노야로(이자식)' '쿠소가키(똥같은놈)' '보케(멍청이)' '바카야로(바보)'의 순으로 우리 민족의 아픔을 담고 있는 심한욕들이다.
일제에 글을 빼앗기고는 우리 국민은 한글에는 까막눈이가 되었다. 글장님은 문맹(文盲, illiteracy)을 일컫는 말로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르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이르는 말로 순우리말로는 '까막눈이'라고 했다.
광복 이후 문맹퇴치운동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과제였다. 1960년대 문맹퇴치운동을 펼쳤다.
예를 들어 보자.

"알아야 면장을 하지."

왜 아는 사람은 면사무소 장을 한다고?
여러분은 <면장>이 무슨 뜻인지 아는가?
사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99%는 모른다. 그냥 대충 추리로 알 뿐이다. 그러면 면장을 한자로 써보라고 하면 된다. 대학교수라도 어렵다.
그런데 알고 보면 아주 쉽다.
알지지 알지 다 알知(알지)
알면 쉬운데, 모르면 글장님이다.
이러니 아직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아이들은 멍충이부터 온갖 욕설을 듣는 것이다.
각설하고 "면장(面墻)"은 집 앞에 쌓은 담을 말한다. 면면장(面面墻)을 줄인 말이기도 하다. 즉, 네
눈 앞에 있는 담장이러는 뜻이다. 왜 담장과 모르는 것으로 연결되었을까?
모르는 사람은 얼굴 앞에 높은 담장을 마주 대하고 선 것과 같다. 어리거나 키가 작으면 담장 때문에 밖을 볼 수 없다. 이같이 "앞을 내다볼 줄 모른다"는 뜻에서 발전하여, "견문이 좁아 옳게 헤아리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바보라고, 누가 그래

바보 이반( Иван-дурак) 은 1886년 발표된 러시아의 작가 레프 톨스토이 단편소설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이지만, 셋째 아들 농부인 이반을 통해 세상에 똘똘하고, 잘 나고, 허세부리고, 약싹 빠르게 자기 이익을 챙기는 자들이 진짜 어리석은 자들임을 꾸짖는다.
《삼국사기》온달 열전에 溫達 高句麗平原王時人也 容貌龍鍾可笑 中心則睟然(온달은 고구려 평원왕 때의 사람이다. 용모가 못생겨 우스꽝스러웠으나 마음은 순수하였다.) 家甚貧 常乞食以養母 破衫弊履 往來於市井間 時人目之爲愚溫達(집이 가난하여 항상 밥을 빌어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떨어진 옷과 해진 신으로 거리를 왕래하니, 그 때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바보온달’ 이라 했다.)
이 두 사람은 사실 바보나 멍충이가 아니다. 온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성씨다. 아마도 오늘 날로하면 다문화가정의 아이로, 용모가 못생겨보였을 것이다. 우스꽝스럽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순수했다. 피가 섞였으니 중간쯤이어서 당시 우리 민족의 외모가 아니었고, 놀림을 당하고 무시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보이반이나 온달은 멍청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났다. 
바보이반의 이야기나 바보 온달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진짜 바보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