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과 어조사
어릴적 외조부께서 한자를 가르쳐 주셨다.
참 재미있게 배운 기억이 난다.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천자문의 누가 지었을까?
저자는 중국 남조의 양(梁)나라에 주흥사(周興嗣, AD 468~521)라는 가난한 선비였다 한다.
그는 박학다식했으나 관리가 되지 못하고 헌책을 복원해 주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가 지은 천자문은 한문 초학자를 위한 교과서 겸 습자 교본으로
천개의 글자를 네 글자씩 짝을 이루어 250개로 묶어 만들었다.
천자문은 천지(자연)의 이치를 설명하고,
학문하는 길과 성현과 군자의 도리를,
궁전과 조정 등에 관한 정치를 펼치는 장소,
국토와 농정에 관하여 서민의 삶의 터전을 논하고,
이어서 선비의 마음가짐을,
그리고 끝으로 사람의 됨됨이로 마무했다.
그가 얼마나 박학다식했던지 천자문을 익히면 자연과 정치, 세상과 인간을 두루 알게 해 준다.
뿐만 아니라 글자도 익히고 그 뜻도 익혀 글을 쓰는 문장을 실력도 높이고
인생에 꼭 필요한 지혜들을 두루 깨우쳐 준다.
천자문은 天地玄黃 宇宙洪荒(천지현황 우주홍황)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네 글자는 焉哉乎也(언재호야)롤 끝맺는다.
이 네 글자는 뜻은 없지만 말을 잇는 네 개의 조사(助辭) 역할을 한다.
약방의 감초
문장으로 쓰면서 꾸며주는 역할을 하는 어조사(語助辭)는 약방의 감초와 같다.
없어서는 안될 아주 요긴한 것들이다.
문장 구성에서 문법적인 역할을 하는 한자인데,
문장의 처음에, 중간, 끝에 등 다양하게 쓰이며,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어조사들이 많이 있지만
이 네가지가 가장 많이 쓰인다.
현대 표준중국어에서는 어조사를 허사(虚词)라고 부른다.
그 뜻은 다음과 같다.
1)‘언’(焉)은 앞 문장을 가리켜 ‘이에’ ‘여기에서’라는 해석하면 된다.
2)‘재(哉)와 호’(乎)와는 탄식할 때, 의심할 때 혹은 반어(反語)적으로 ‘~그런가?’를 뜻한다.
3)‘야’(也)는 대개 끝내는 말로 ‘~이다.’로 쓴다.
어릴적 외조부께서 자주 읽으시던 책에 이렇게 써놓으신 것을 볼 수 있었다.
要白讀也(요백독야)
백 번 읽는게 필요하다.
같은 책을 왜 백번을 읽어야 한다고 했을까?
그것은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거듭하여 읽음을 이르는 말이다.
왜 백번을 읽어야 하죠?
백권의 책을 한번씩 읽는 것보다, 한권의 책을 백번 읽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저자가 쓴 이유, 의도, 사상을 익히고
나아가 저자와 토론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되어 또 다른 학문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단다.
학문에서 아주 요긴하니 기억해 두거라 하셨다.
왜 요긴한가?
이와 이 글자들도 익히면 도움이 될 것이다.
襾자는 '덮을 아'로, '물건을 덮는 것'을 의미하며, 글자의 어원은 "위아래로 덮는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要는 여자(女)가 양손을 무언가를 덮고 있는, 여자가 무언가를 허리춤에 놓고 서 있는 모습을 본뜬 글자이다.
본래의 '허리' 옆에 肉(고기 육)을 붙인 腰(허리 요)가 된다.
가정에서 없어서 안될 꼭 필요한 존재는 여자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 글자가 만들어졌던 고대농경사회에서 여성이 없으면 여성은 가정의 주인,
없어서는 안될 사람으로 꼭 필요한 존재였다.
'요긴할 요' 要 = 覀 (襾), (덮을 아) + 구하다.(구(求)하다(찾다, 얻어 내다)', '빌다' . 필요하다.
필요(必要), '요긴(要緊), 중요(重要), 요점(要點)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