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길을 넓히려면
외조부는 학자이셨다.
이릴 적에 외조부를 참 많이 따랐다.
학자로 세상 문물에 밝으셨고, 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하셨다.
외갓집엔 늘 먹을 것이 끊이지 않았다.
방앗간을 운영하셨기 때문으로 기억된다.
하여간 집도 넓고, 집 안에 감나무 앵두나무가 있었고,
밭이 여러 개였고, 수박, 참외 등을 심어놓고 여름엔 원두막에서 지냈다.
할아버지는 사랑방에 서재에는 책이 가득했다.
대부분 고서들이다.
그중에 몇 권은 아이들을 가르치시던 책들도 있었다.
要白讀也(요백독야)
외조부께서 '촉석루'라는 책을 읽으시며
<要白讀也> 라는 글귀를 표지에 써 놓으셨다.
이는 백 번 읽는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것은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거듭하여 읽음을 이르는 말이다.
왜 같은 책을 백번을 읽어야 한다고 하실까? 왜 백번을 읽어야 하죠?
백권의 책을 한번씩 읽는 것보다,
한권의 책을 백번 읽는 것이 더 좋단다.
좋은 책은 한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깊이 사색하며 읽어야 한다.
그래야 저자가 쓴 이유, 의도, 사상을 익히고
나아가 저자와 토론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되고
또 다른 학문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단다.
비록 저자와 대화할 수 없어도 마치 저자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저자가 왜 쓰는지,
왜 이 글을 쓰는 목적과 이유를 물으며,
왜 자기의 생각이나 사상을 이렇게 표현했는지도, 그리고 다른 표현 방법은 없는지
또 내가 저자라면 나는 어떻게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 생각하며 읽어라.
"학문을 할 때에 아주 요긴하니 기억해 두거라"하셨다.